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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노동자 죽음 막으려면 노동환경 바꿔야 한다”

[인터뷰]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정의수 전 경기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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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기자
기사입력 2020-11-18

코로나19로 인해 택배 수요가 폭증하면서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가 사회문제로 되고 있다. 여주에서 택배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정의수 전 경기지부장을 만나 택배 산업의 구조적 문제와 택배 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해 들어보았다.

▲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정의수 전 경기지부장이 택배노동자의 노동강도 개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 김영경 기자

우리나라 택배의 역사는 어떻게 되나?
 
92년 한진그룹에서 민간 택배사업을 시작했고, 그 이전에는 우체국에 소하물 운송이 있었다. CJ에서 삼성택배로 택배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CJ GLS로 사명을 변경해 운영했다. 2013년 업계 2위였던 CJ GLS가 택배 점유율 1위였던 대한통운을 흡수합병해 오늘날 CJ대한통운이 생겨났다. 현재 CJ대한통운은 택배 점유율 50%로 업계 1위를 달리고 있고 그밖에 롯데, 한진, 로젠, 우체국 택배 등이 있다.
 
택배 노동자의 하루 일과는?
 
여주를 기준으로 보면 아침 7시 30분에 여주 서브터미널에서 택배 물품을 하차하면서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자기가 배송할 구역의 택배를 분류하는데 보통 12시까지 택배 분류작업을 마무리하면 그때부터 배송이 시작된다. 배송하는 시간은 하루 6~7시간 이상 걸린다. 내가 배송하는 집배구역(택배 배송지역)은 가남읍 태평리 일부, 금당리, 연대리 등 총 9개 마을이다. 하루 평균 130~150km, 최대 180km를 다닌다. 한 달 평균 기름 값만 60~70만원이 든다.
 
여주 지역 택배 노동자로 살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소개해 달라.
 
여주는 아직 시골 인심이 살아 있다. 추수기가 되면 어르신들이 생산한 농작물을 주기도 하고 철마다 텃밭에 나는 가지 등을 나눠주기도 한다. 코로나19가 없었던 작년에는 경로당에서 쉬시던 어르신들이 고생한다며 커피한잔을 늘 권한다. 몇 년 전 크리스마스를 앞둔 연말 눈이 많이 왔는데 회사에 택배를 들고 들어가니 산타클로스가 왔다고 반겨준 기억도 난다. 도심지에는 애기들 유아용 기저귀 배송이 있다면, 시골로 갈수록 어르신들이 쓰는 기저귀 배송이 많은 것도 기억에 남는다. 한번은 기저귀 배송을 갔더니 먼저 배송한 기저귀를 다 못쓰시고 장례를 치른 어르신도 있었다. 7년 정도 같은 지역에 택배 배송을 하다보니 마을경조사는 자연스레 알게 될 정도로 주민들과 관계가 형성 되더라.
 
택배노동조합을 만들게 된 계기와 과정은?
 
대기업의 횡포, 지점의 갑질, 노동현장의 악조건 등 문제가 많이 있는데도 택배 노동자들을 대변해 주는 곳이 없었다. CJ대한통운이 2013년 4월 합병을 하면서 공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특히 기업고객을 중심으로 저 단가 영업을 했는데 기업은 박스 수를 목표로 세우고 물성(크기, 무게) 고려 없이 영업을 했다. 택배의 크기는 커지고 개수도 늘어나면서 노동강도가 세졌고, 택배를 분류하는 시간도 당연히 늘어났다. 여주 대리점은 불이 나간 형광등 교체를 몇 달 동안 요구해도 개선이 안됐고 화장실 한 칸을 쓰다 보니 아침이면 화장실 앞에 30분간 줄을 서 있기도 했다. 그러다 화물연대 택배분회 소속이었던 서울 용산의 김태완 조합원이 계약해지 되는 사건이 있었고 2017년 1월 8일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 창립됐다. 창립총회 당시 100여 명의 조합원이 참여했는데 사측에 탄압을 피해 가면을 쓰고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 노동조합 시작할 때 여주 대리점을 통해 퇴사 압박과 수수료 미지급 등 탄압이 있었고 고용노동부에 신고 했더니 고용노동부는 ‘근로계약서’를 쓴 노동자가 아니라 ‘위·수탁 계약서’를 쓴 특수고용노동자라 업체에 제재를 가할 수 없으니 소송을 하라더라. 업무를 시작하기 전 현장 1인 피켓 시위를 하고 동료들의 계속된 항의를 통해 13일 만에 미지급된 수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노동조합 활동을 반대하던 아내가 택배연대노조 여주지회 창립 하는 날 “이왕 할 거면 최선을 다해라”고 응원했던 것이 큰 힘이 되었다. 결국 택배연대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아 전국 3개 지역에서 법정다툼이 시작되었고 모두 노동조합으로 인정하는 판결이 났다.

▲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창립총회 기념촬영, 조합원들이 가면을 썼다.  © 제공 정의수 전 지부장

코로나19시대에 늘어난 택배 물량과 택배 노동자들의 노동 현황은 어떤가?
 
IMF이후 시장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시장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경기가 안 좋은 해 에도 온라인 시장은 꾸준히 성장했고 동시에 택배산업도 성장했다. 매년 10~20% 성장을 거듭하던 택배산업이 코로나19가 터지면서 150~200%까지 물량이 폭증했다. 결과적으로 노동환경 개선할 시간 없이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결과에 이르렀다.

최근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어떤 문제점이 개선되어야 하나?

가장 최근에 과로사 한 한진택배 노동자의 경우 새벽 2시까지 배송을 마치고 6시에 출근해 분류작업을 시작하는 일을 반복했다. 택배노동자가 겪는 고강도 노동착취는 분류작 업이다. 우체국 택배는 분류작업과 배송이 구별 되어 있지만 다른 택배사들은 택배노동자가 분류와 배송을 모두 진행한다. 추석을 앞두고 시민단체와 택배연대노조 등으로 구성된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와 정부 협상을 통해 2만 명의 인력이 분류작업에 투입 되기로 했으나 회사 측은 1만5천 명을 허브터미널(전체 택배를 모아 서브터미널로 보내는 물류센터)에 데리고 갔다. 현재는 분류 도우미가 투입되어 작업을 하고 있는데, 같은 현장이라도 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택배노동자는 여전히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게다가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가 분류 도우미 비용을 현장과 논의하겠다고 해 노동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려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택배분류 작업은 선별 시행이 아닌 전체적으로 시행해야 되고 분류 도우미의 노동비용도 회사에서 내야 한다.
택배비 현실화가 대두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전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 택배비가 가장 낮다. 택배비는 택배가 도입되면서 책정된 2,500원에서 한 번도 인상된 적이 없다. 물가 인상율을 감안하면 비상식적인 것이다. 각 택배회사의 저 단가 영업 전략으로 인해 오히려 택배비가 낮아졌다. 택배비 2,000원 미만 택배비율이 전체 20~30%에 이른다.택배비 현실화를 이야기하기 전에 택배가격하한제를 도입해 택배비를 적정수준 이하로 낮출 수 없게 해야 한다. 전국택배연대노조의 연구에 의하면 2015년 기준으로 2,000원 미만 택배들을 2,000원 이상으로 올렸을 때 택배노동자들의 수입이 30~50만 원 정도 상승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택배비 백마진도 문제다. 일부 회사의 제품은 소비자가 상품을 결제하고 택배비 2,500원을 지불하면 택배회사에는 많게는 2,200원에서 적게는 1,700원의 돈이 떨어지고 나머지 비용을 업체에서 물류비 명목으로 가져간다. 소비자를 기만하고 택배노동자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행위다. 
 
노조 활동을 하면서 달라진 점은?
 
노동조합을 시작한 것은 현장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바람이었다. 성격이 급했고즉흥적이었던 성향이 생각을 많이 하는 방향으로 변했다. 원래는 보수적인 사람이라 내 틀을 깨기 싫어했는데 좋은 방향으로 변화가 만들어진다고 생각되면 행동하게 되는 큰 변화를 겪었다. 노동에 대한 권리보다 의무를 강조하는 분들이 여전히 비조합원으로 남아 있는데 일한만큼 권리를 요구하는 사람이 늘어나게 하는 것이 나의 과제이기도 하다. 
 
택배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택배는 배송하는 단순한 일이 아니라 서비스업이라고 생각한다. 배송에 대한 의무만 강조하지 말고 노동에 대한 권리도 존중해 줬으면 좋겠다. 무거운 물건을 4층까지 올려줘야 하는것, 고객 본인이 주소를 잘못 기재했는데도 가져다 줘야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기보다는 택배 노동자도 한 집안의 가장, 내 아버지, 내 자식이라는 마음으로 세심한 배려를 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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