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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직장건강보험 가입과 최소한의 주거권을 보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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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재필
기사입력 2021-01-20

▲ 진재필 여주이주민지원센터 사무국장  
작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몰아친 한파 속에 포천의 농업 이주노동자가 난방이 되지 않는 비닐하우스에서 사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간경화에 의한 합병증으로 사인을 발표하였다. 
몇 줄 되지 않는 이 문장 속에는 국경을 넘어 이주노동을 선택해야만 했던 31세 여성 이주노동자의 애환과 처참한 죽음에 이르는 애절한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이다. 그리고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라는 찬사의 이면에 놓인 대한민국 인권의 민낯 또한 여과 없이 드러나 있다. ‘동사인가’ ‘병사인가’라는 죽음의 형태에 대한 단편적 논쟁에서 벗어나 근본적 원인을 살펴보고 더 이상 이러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 안전망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고용 시 직장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자.
현 고용허가제는 신청 단계부터 직장의료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농축산업의 경우만 예외조항이 존재한다. 이로 인해 고용주와 노동자가 보험료 절반씩 부담하는 직장건강보험체계가 아닌 월 11만원 이상의 보험료를 노동자가 전액 부담하는 지역건강보험체계로 가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높은 건강보험료는 농업 이주노동자의 건강보험 기피와 함께 심각한 건강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 사망한 이주노동자의 경우에도 2016년 3월부터 2019년 9월까지 건강보험 가입이 되어있지 않았다. 국내 입국 후 받은 건강검진에서 이상 소견이 없었으므로 입국 이후 간경화가 진행되었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건강보험 가입이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온전한 의료혜택을 받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이제라도 농업경영체 등록확인서로 이주노동자를 고용함으로써 직장건강보험 가입의 회피수단이 된 예외조항을 폐지해야 한다. 농축산업 역시 일반 제조업, 서비스업과 같이 사업자등록증을 의무화하고 직장건강보험 가입을 통해 더 이상 이런 죽음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농업 이주노동자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주거권을 보장하자.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기 위해서는 주거시설 제공이 의무화되어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최소한의 주거형태를 갖추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이주민 지원활동을 하며 경험한 농업 관련 이주노동자 주거형태의 대부분은 이번 사례처럼 농장에 부속된 비닐하우스 형태였다. 한여름에는 비 오듯 땀을 흘리며 식사를 해야 했고 추운 겨울에는 결로가 맺혀 떨어지는 비닐하우스에서 잠들어야 했다. 열악한 주거시설은 장시간 노동과 함께 이주노동자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소임을 인지하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주거환경 개선이 요구된다.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이 요구된다.
경기도에서 1월 4일부터 15일까지 도내 2,280개 농축산, 어업 관련 사업장을 대상으로 이주노동자 숙소 전수조사를 공식화했다. 이주노동자의 주거권 개선을 위한 행보에 박수를 보내는 동시에 우려를 감출 수 없다. 우선 시간과 조사대상의 제한에 문제가 있다. 2,280개 업체라는 제한적 수치에서 벗어나, 표본화되지 않는 그래서 더욱 열악한 조건에 놓인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주거시설에 대한 실태 파악과 개선책이 추가되어야 한다. 또한 이 대책이 실효적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각 시군구에 대응팀이 구성되고 실제적 활동이 꼭 필요한데 2주라는 시간으로는 불가능해 보인다. 
사망 사건이 발생했고, 경찰력과 행정력이 동원되었음에도 해당 농장에 대한 제대로 된 실태조사조차 어려웠다. 이는 농축산 사업장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가 쉽지 않을 것임을 짐작케 하며 행정과 업체간의 신뢰구축 없는 ‘직접조사와 개선책’의 성공을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조사의 목적이 주거시설 개선과 지원을 위해 계획되고 있음을 확인 시켜야 한다. 이와 같은 과정이 없이는 해당 사업장의 저항에 부딪쳐 실태 파악조차 어려울 것이 뻔하다.
 
여주시는 무엇을 할 것인가?
우선 경기도의 실태조사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여주시의 대응팀을 구성하여 구체적인 실태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여주는 대표적 농축산 도시이고 이주노동자의 고용형태에서도 이들 산업이 주를 이룬다. 이들은 열악한 노동조건과 환경 속에서도 지역 농축산업의 근간을 떠받치고 있다. 하지만 농축산업 고용주 역시 대부분 영세한 소규모 시설이다 보니 주거형태 개선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처지다. 여주시 차원에서 농축산업 안정화 대책을 목표로 이주노동자의 주거환경개선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주노동자의 주거환경 실태조사와 함께 고용주의 주거개선의 유인책인 개보수 비용 지원을 현실화해야 한다. 고용주와 이주노동자, 그리고 지역산업의 활성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여주시의 적극 행정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누군가의 희생을 바탕으로 세워지는 정책은 후진적이다. 하지만 그 희생에서도 교훈을 얻지 못한 채 죽음을 방조한다면 그것은 폭력의 다른 이름이 된다. 이주노동자를 차별의 대상으로 타자화 시키지 말고 우리 산업의 기반을 떠받치는 노동자로 내화하는 인식개선과 함께 이들에 대한 위험요소를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노동재해를 줄이는 올바른 정책이 요구된다.

진재필 여주이주민지원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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