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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 책임소재 따지기 전에 피해 농민들 먼저 위로해야”

[인터뷰] 서재호 여주시농업인단체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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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아 기자
기사입력 2021-01-20

지난해 긴 장마와 폭염으로 52년만에 대흉년이 들었다. 전국적으로도 그렇지만 여주시 벼농가, 특히 진상벼를 수확한 농가들의 피해가 상당히 크다. 여주시농업인단체협의회(이하 농단협) 서재호 회장을 만나 농가들의 피해현황과 지원대책 관련 요구사항을 들어보았다.

▲ 여주시농업인단체협의회 서재호 회장.     © 세종신문

농사는 언제부터 지었나?
 
40년 넘게 능서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주로 벼농사를 짓는데 지금은 조금만 한다. 한창 아이들 가르칠 때에는 소 20마리 팔아서 위탁영농회사도 하고 그랬는데 한 15년 고생 많이 했다. 여주마을정미소 작목반장을 맡아서 할 때에는 안양시와 자매결연을 맺어서 모내기나 벼베기 같은 행사도 하고 이웃돕기로 여주쌀 1톤을 보내는 식으로 여주쌀 홍보를 많이 하기도 했다. 
 
여주시농업인단체협의회는 어떤 단체인가?

농단협은 (오곡나루)축제를 준비하면서 만들어졌다. 농촌지도자연합회, 한국농엽경영인연합회, 한국여성농업인연합회, 여주시농민회, 생활개선회, 여성농민회, 친환경농업인연합회, 4-H지도자협의회, 4-H연합회로 구성되어 있는데 면단위 협의회장들도 세워서 운영위원이 23~4명 정도 된다. 회원은 2천명 정도 된다. 협의회이기 때문에 좀 느슨하지만 농민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농업인에게 꼭 필요한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그런 단체다. 사전에 함께 논의해서 시청에도 들어가고 단체행동도 하는데 돼지열병, 코로나로 최근엔 전혀 못하고 있다. 
 
지난해 52년만에 최악의 흉년이 들었다고들 한다. 농가 피해현황은 어떤가?

지난해 기상재해로 벼농가 손실이 아주 크다. 재작년에 수매해서 통장에 1500만원 입금 됐던 사람이 작년에는 800만원 들어왔다고 전화로 하소연하더라. 거기에서 농약값, 기계값 빼고 나면 뭐가 남나. “통장 돈이 도둑 맞았다”는 말들이 돌고 있는 상황이다.
평년작으로 여주는 4만2천톤 정도의 벼를 생산한다. 그 중 3만톤은 농협을 통해 유통되고 나머지 1만2천톤은 일반유통이다. 지난해 예상 물량이 3만톤이었는데 수매물량은 2만2천톤에 그쳤다. 수확량이 27%정도 줄었다. 거기에다가 제현율도 8% 가까이 떨어졌고 도정수율도 좋지 않다. 한 마디로 벼의 상품가치가 확 떨어진 거다. 이걸 돈으로 환산하면 손해가 더 커진다. 계산해 보면 벼농가들이 240~250억원 정도 손해를 봤다. 

© 세종신문

통합RPC의 ‘진상벼’ 권장에 대한 논란이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진상미는 중생종인데 이삭이 나오는 시기에 긴 장마가 와 버렸다. 작년 전국에서 벼농가 수확량이 15% 정도 감소했고 이천은 20% 정도 감소했다고 한다. 진상벼를 심은 여주 농가들은 수확량이 35% 정도 감소했으니 피해가 훨씬 크다. 

농사짓는 사람 입장에서야 추청, 고시히까리, 참드림, 영호진미 등 재배 품종을 다양화해서 자기 땅에 맞는 품종을 선택하고 싶은데 작년 통합RPC에서는 진상미와 영호진미 2개 품종만 심기를 권했다. 여주의 쌀시장 점유율이 이천에 밀리다가 진상미 덕분에 이천을 앞서게 된 건 사실이다. 진상미 밥맛이 좋다보니 소비자 선호도가 높다. 그래서 재고 없이 팔 수 있으니 통합RPC에서는 진상미를 주로 수매하겠다고 한다. 문제는 타 품종에 비해 수확량(도정수율)이 적고 병충해에 약하다는 것이다. 다른 품종과 분산 재배를 하면 재해가 있어도 그 피해를 줄일 수 있는데 작년에 통합RPC는 진상미를 주력품종으로 하고 계약재배 물량을 확 늘렸다. 2019년에 진상벼는 1만2천톤 계약재배를 했는데 2020년에는 2만2천톤으로 확 늘렸다가 작황이 안 좋으니까 2만톤으로 줄였는데 실제 수매량은 1만3천톤 정도다. 그 결과 농가 손실이 커졌으니 자연재해에 인재가 겹쳤다고들 말하는 거다.

피해 농가들을 도울 방법에는 어떤 게 있나? 
 
농민들 피해가 너무 크니까 어딘가에는 호소를 해야 하는데 추수 시기까지도 피해 통계가 정확히 안 나오니까 기다리고 있다가 답답해서 읍면동마다 현수막을 내걸었다. 그런데 별 반응이 없길래 시장님도 만나고 의장님도 만나고 조합장님들도 만나 호소했다. 

여주시에 지원대책을 요구하니 선거법에 걸려 지원금(현금)은 못 준다고 하더라. 법적으로야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찾으려고 한다면 농민들 도와줄 방법이 왜 없겠나. 그래서 GAP 단지 사업비를 더 투자해 줄 것과 농자재 지원, 농약과 항공방재 지원을 요청하고 왔다. 
 
농단협에서 통합RPC에 제현율 78% 최저수매가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통합RPC에 피해 지원 요청을 했는데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조합원과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벼농가에만 지원금을 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더라. 벼농가, 특히 진상미를 심은 농가들이 피해가 크니 피해를 많이 입은 농가부터 지원을 해 달라는 것인데 거기서부터 입장 차이가 있다.

2018년에 통합RPC 당기순이익이 15억원이었는데 2019년에 가마당 3천원씩 장려금으로 환원해줬다. 2019년에는 20억원 이익을 남겼다는데 작년에는 장려금도 안주다가 10월 말 쯤 진상벼에 대해서만 가마당 3천원씩 해서 총 9억 9천인가 재해지원비를 줬다. 그 땐 재해 상황 파악이 끝나기도 전인데 급하게 주고는 그걸로 끝이다.

통합RPC는 정부를 대행해서 벼를 수매하고 농가의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인이라고 알고 있다. 관리비, 인건비, 시설보수 등등을 제외하고 순이익금이 생기면 어떤 방법으로든 농민들에게 환원하는 게 마땅하다. 이번에 제현율이 78%가 안 나오는 농가가 많다. 60%대인 농가도 있다. 재해수준을 살펴보고 피해가 큰 농가들을 우선 지원해 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진상미 수매량이 33만 가마 정도 되는데 만약 가마당 5천원씩의 지원금을 준다면 16억원 정도 든다. 2020년 통합RPC 순수익이 28억이라는데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않나.

▲ 여주시농업인단체협의회 서재호 회장.     © 세종신문
 
앞으로도 기상재해는 계속 있을 텐데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진상미는 이미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앞으로도 진상미 재배가 줄어들 거라고 보진 않는다. 다만 이번에 재해를 겪어봤으니 그 경험을 바탕으로 대책을 세우고 잘 대응하면 피해를 줄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진상미 수매가가 보장이 되어야 농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2020년 수매가가 81,000원이지만 농민들이 평균적으로 받는 실제 가격은 71,500원이다. 진상미 수매가를 영호진미 대비 가마당 8천원씩은 더 줘야 한다. 또 병충해를 막기 위해 공동방재를 한 번씩 하는데 올해부터는 1회 추가해서 총 2회 하자고 제안했다.

본질은 쌀(밥)맛, 미질이다. 미질 향상을 위한 대책이 서야 한다. 여주시도 통합RPC도 이 문제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 농자재도 제초제나 약재 등 방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미질 향상을 위한 것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그리고 읍면 단위마다 토질의 특성이 다 다르니 그에 따라 농자재 선정을 각기 따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벼농가 피해보상을 위한 농단협의 향후 활동 계획은?

사실 맘 같아선 시청 앞, 통합RPC 앞으로 가서 시위라도 하고 싶은데 코로나로 그것도 못하고 있다. 농업을 생업으로 하는 농단협 회원들부터 이러한 상황을 잘 알아야 하겠다 싶어서 성명서와 홍보물을 만들어서 봉투에 넣어 우편으로 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조합장들에게도 다보냈으니 지금쯤이면 받아보지 않았을까 싶다.
 
올해 협의회장 임기가 끝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농업 경시 풍조가 점점 더해지고 있다. 쌀농가 소득도 점점 줄어 논 3천평 농사지으면 500만원 벌까말까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민이나 농협이나 통합RPC는 한 배를 탄 식구들이다. 당장의 이익을 앞세우기 보다는 서로를 살펴야 한다. 생산농가와 통합RPC 사이의 관계 문제에 시와 의회가 개입해 줄 필요도 있다. 농민들의 피해가 이렇게 큰데 책임소재를 따지기 전에 농민들을 위로하는 게 먼저이지 않나. 어떤 형태로든 농민들의 피해를 알고 위로하고 함께 책임지는 과정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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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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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촌놈 21/01/21 [16:14]
가장피해가 큰지역이 철원과여주시 그리고 전남일것입니다. 공익형직불금 3조5천억인데 전국에서 벼생산량 줄었든것이 25%이상 되지요. 그러면 피해금액이 1조8천억 정도 되는것 입니다.공익형지불금 반이상이 날라간것 입니다. 이정도로 피해본가 처음일것 입니다.천오백만원정도 소득농민이 8백만원소득으로 줄었다는것 정말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재해농민들한데 정부에서  재난지원금 형식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너무큰피해가 났지요. 지금전남농민들 날리도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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