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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희 정치칼럼 23] 정치 비판과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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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희
기사입력 2021-01-21

▲ 신철희 여양 한강문화연구소 소장   
정치판에서 경쟁 상대를 비판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단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 말고도, 상대방에 대한 비판을 통해서 자신의 입장과 지향점을 보다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기에 정치에서는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런점에서 ‘정치는 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당신을 화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이냐에 관한 것’이라고 했던 하버드 대학의 정치철학 교수 하비 맨스필드의 말은 정치의 핵심을 잘 짚었다고 생각한다. 

비판의 자세와 관련해서 최근에 필자가 놀랐던 일이 하나 있다. 사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예전에 필자가 좋아했던 화가이자 대학교수가 자신이 연재하는 신문 만평에 우리가 잘 아는 사람의 목을 자른 그림을 게재한 것이다. 아무리 싫어해도 그렇지 공개적인 공간에 어떻게 저런 그림을 올릴 생각을 하는지,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맞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더욱 비참한 것은 ‘역시 살아있네’라며 그림 좋다고 칭찬하는 지인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의 심성이 얼마나 피폐해졌으면 이럴 수 있는 것일까? 예술가의 풍자에 지나치게 반응한다고 할 지 모르겠지만 풍자에도 도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비판을 하더라도 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상대를 어떤 존재로 규정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특정 정책이 마음에 안 들면 그 사안에 집중해서 말하면 된다. 그래서 최근 많이 사용하는 ‘토착왜구’, ‘좌빨’ 같은 표현은 정치를 파괴하는 매우 위험한 말들이다. 일단 이렇게 규정하고 나면, 일제 침략을 받고 북한과 전쟁을 했던 우리에게, ‘그들’은 더 이상 공존하기 힘든 적이자 타도해야 할 악이 돼버린다. 

그리고 절제된 표현을 써야 한다. 최근 정치인이나 정당 대변인의 발언을 보면 온갖 증오와 조롱이 넘쳐나고, 그냥 넘어가도 될 사소한 문제를 침소봉대하는 일이 너무 잦다. 품격 있는 촌철살인이나 공격받는 상대방도 같이 웃을 수 있는 유머는 찾아보기 힘들다. 

문제는 정치권으로 끝나지 않는다. SNS 상에서 다양한 의견을 표출 하는 시민들의 글을 보면 무조건 우리편은 옹호하고 상대편은 비난할 뿐 아니라, 욕설로 시작해서 욕설로 끝나는 경우가 너무 많다. 특히 나름대로 영향력 있는 인사일수록 자극적인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 여기에 ‘좋아요’ 클릭과 공감을 표하는 댓글이 줄줄이 달리는 것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자신이 정치인이 아니라고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SNS 공간을 편하게 생각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편 가르기와 저속한 언어는 우리 정치를 삭막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필자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 중 하나는 놀라운 비전과 뛰어난 정치력 이전에 성숙한 인격 때문이다. 그는 은밀한 정치자금과 권위적인 정당 문화의 폐해로부터 자유롭지 않았지만, 적어도 정치판에 들어온 상대를 동업자로 존중할 줄 알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부당한 탄압을 받았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증오와 비난의 말을 내뱉지 않았고, 자신을 ‘독재자’라고 끊임없이 비난하는 일생의 라이벌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도 사적인 감정을 내비치지는 않았다. 그리고 상대를 비판할 때 비판하더라도 냉소적이거나 무시하는 말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오바마를 무슬림이자 애국심이 의심스러운 사람이라고 공격하는 자신의 지지자에게 오히려 오바마는 애국자이자 가정적인 사람이라고 옹호했던 매케인의 품위 있는 태도는 정치판에서 경쟁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대권을 놓고 경쟁하는 사이였지만 피부색도 다르고 성장 과정도 달랐던 오바마를 매케인은 적어도 방법은 다르지만 미국을 더 위대하게 만들려는 애국심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는 동업자로 인정한 것이다. 분열과 증오의 말을 일삼다가 초라하게 물러나는 트럼프와 너무나 대조된다. 비록 대통령은 되지 못했지만 이렇게 품이 넓은 애국심을 가진 매케인은 미국의 정신을 대변하는 누구보다도 위대한 정치인이다.

필자는 우리가 상대를 비판할 때 무엇보다 타락한 조국의 백성에게 회개를 촉구하는 선지자의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준엄하게 신의 분노를 경고하고 원래의 길로 돌아오라고 외치지만 이런 선지자의 가슴속에는 ‘길을 잘못 가는’ 동포를 끌어안아야 할 형제로 여기는 비통한 심정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선지자는 단지 자신은 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라는 명령을 받았을 뿐, 결코 자신이 동포의 죄로부터 예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선지자로 부름 받은 사람은 임무를 수행하기 전에 자신의 죄부터 회개하는 것이다.

반대편의 정치인과 지지자들을 운명을 같이 하는 동포이자 피를 나눈 형제로 여긴다면 우리는 결코 나는 선이고 너는 악이라는 이분법에 빠지거나, 상대를 향해서 독한 말이나 냉소를 내뱉지는 못할 것이다. 상대방이 잘못된 길을 간다고 생각하더라도 거기에는 증오와 무시의 말이 아닌, 안타까움에서 나오는 피 끓는 호소가 있을 뿐이다. 

동포애와 형제애! 이것이 2021년 새해를 맞이하여 우리 정치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기 위해서 반드시 회복해야 할 정신이다. 

신철희 여양한강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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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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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돌아이 21/01/22 [15:34]
거짓언론, 거짓선지자는 걸러져야!  맘몬신 우상숭배자들이 걸러져야 진정한 평화가 이루어 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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